지방의제21의 새로운 활력을 기원하며 지방의제21을 우리나라에 본격 도입한지도 벌써 1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듯, 그동안 우리는 지방의제21을 통해 많은 변화와 성과들을 만들어 내 왔습니다. 90%가 넘는 자치단체들이 지방의제21 관련 활동에 참여할 만큼 외형적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이와 함께, 21세기를 이끌어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거버넌스’를 가장 선도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는 곳이 바로 지방의제21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방의제21의 현 주소와 미래를 반드시 긍정적이거나 낙관적만 볼 수는 없습니다. 지방의제21이 추구하는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가 여전히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지난 세기 동안 우리가 걸어 온 발전 경로와 체제의 특성이 중요한 배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 간 압축적 근대화를 추동해 온 권위주의 통치체제 하에서 지방정부의 상대적 자율성과 시민사회의 자치역량은 미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지방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주체들이 공통 목표를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해본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지방의제21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의 목표 정립과 거버넌스 실천 체제를 효과적으로 구성하고 운영하는 것은 민과 관의 참여주체들 모두에게 새로운 실험이자 도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방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구성원들의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참여’와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사회의 환경․경제․사회적 측면들을 지속가능한 발전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협력적 의사결정체계’야 말로 지방의제21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이런 점에서, 지방 차원의 계획과 정책, 실천사업의 모든 면에서 ‘주체’와 ‘내용’, ‘방식’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완전히 새로워져야 했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동안 지방의제21이 추구해 온 가치와 성과들은 더욱 높게 평가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방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구체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도록 지방의제21의 제도적 기반 구축과 실천 역량 강화를 위해 더욱 힘차게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번역하여 소개하는 보고서는 세계자원연구소(WRI)가 출범시킨 ‘접근연구팀’(TAI)이 작성한 것입니다. 접근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9개 국가들을 대상으로 ‘정보’, ‘참여’, ‘정의’의 세 가지 차원에서 환경을 위한 의사결정 체계와 과정을 진단, 평가하였습니다. 이 보고서는 평가를 위해 개발한 방법론적 틀과 그것을 9개 국가들을 대상으로 적용시켜 얻은 결과들, 그리고 이러한 평가 노력과 결과가 제시하는 함의와 과제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간극 줄이기(Closing the Gap)」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지방의제21이 당면하고 있는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 참여 주체들 상호간 인식의 격차를 좁혀나가는데 있어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시사점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 몇 가지를 살펴보면, 먼저 이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팀은 환경, 경제, 사회적 지속가능성과 함께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는 ‘제도적 지속가능성’(institutional sustainability)의 측면에 평가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방의제21의 거버넌스 의사결정체계를 구성하고 운영하는데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의제21은 구성 형식에서는 거버넌스적 요건을 비교적 갖추고는 있으나, 실질적인 운영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많은 한계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거버넌스 의사결정체계가 아직 정교하게 구비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9개 국가들의 의사결정과정 평가를 통해, 이 보고서는 접근성에 대한 실질적인 참여 기제가 정교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이와 관련한 법률적 조건도 형식화 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것도 우리가 지방의제21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데 참고해야 할 점입니다.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법․제도적 조건’의 마련 못지않게 이에 대한 ‘실행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공급측면에서 공식 법제도적 조건들을 만들기 위한 정부 노력에 대한 평가와 함께, 수요측면에서 정책의 영향을 받는 시민 참여자의 입장에서 의사결정에 대한 접근성을 균형 있게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분석 방법론에서도 주목할 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직된 분석틀에 맞추어 평가 대상을 서열화 해 온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 관점에서 개별 평가 대상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장단점, 극복해야 할 과제들을 찾아내는 것을 평가의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반성적(reflexive)이고 발견적(heuristic)인 성찰 과정을 동반하는 평가는 자가 진단과 치유적 문제해결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의제21의 특성을 고려한 평가 방법론을 개발하는데 참고할 점이 많습니다. 지역별 특성과 다양성에 기반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의 보편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지방의제21의 특성상 획일화된 평가를 지양하고 문제해결의 새로운 안목을 제시하는 평가 방법론의 개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고서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아직 이 방법론은 보완해야 할 많은 과제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지방의제21의 특성과 현실 조건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과 시행착오 과정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방의제21 10년의 경험을 통해 의제 재작성과 평가를 위한 움직임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의제가 담아야 할 내용 못지않게 이것을 실질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회제도적 조건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보고서 내용들이 우리의 지방의제21에 대한 평가 방법론과 지표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05년 12월 역자를 대표하여 정규호 ***옮긴이 약력**** 김두환 서울대 대학원 도시계획학 박사.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이며, 동 센터 시민참여연구팀 팀장. 저서로 󰡔과학기술․환경․시민참여󰡕(공저), 󰡔사회적 자본 개념의 딜레마󰡕(공저)가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사회갈등해결에서 숙의적 시민참여와 대안적 분쟁해결 접근 비교”, “전력정책의 미래에 대한 시민합의회의” 등이 있음. 시민참여제도, 환경갈등, 갈등해소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 이메일: dh35kim@korea.com 박혜련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 녹색연합 부설 녹색사회연구소 연구원. 󰡔생태마을 활성화 방안 연구󰡕(공저), 󰡔스웨덴 환경 지자체 성공 사례(가제)󰡕(역서-근간)가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봉암리 마을 만들기에 관한 연구”, 연구보고서로 “주민자치센터를 활용한 환경교육 활성화방안 연구” 등이 있음. 생태마을, 마을 만들기 등 주민참여를 통한 지역공동체 재생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 이메일: herey@greenkorea.org 정규호 서울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 재)대화문화아카데미 연구위원, 사)에코붓다 정책위원장. 󰡔한국에서의 녹색정치, 녹색국가󰡕(공저), 『정치생태학』(공역), 주요 논문으로 “지방의제21 10년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 진단”, “한국 시민사회에 있어서 파트너십의 과제”, “국가주도 대규모 개발사업의 특성과 지속가능성 문제” 등이 있음. 한국사회의 녹색화를 위한 풀뿌리민주주의, 생태민주주의, 거버넌스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 이메일: ecosociety@hanmail.net http://www.la21.or.kr/bbs/download.php?id=data_1&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401&filenum=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