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과 농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 속에서도 농촌 사람들이 수도권과 도시로 이동하는 현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우리 경제사회가 농촌이 지니고 있던 식량공급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빼앗거나 그 가치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그러한 가운데 농촌의 생산경제 및 생활환경은 도시에 비해 크게 열악해졌고, 생활공간으로서 현대적 편리성이 현격하게 낮아졌다.

이제 농촌주민들은 도시 사회의 기능을 빌려 쓰고 있다. 현재의 이러한 추세로 보면 앞으로도 농촌의 도시화는 있어도 도시가 농촌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도시민들은 이러한 농촌공간에서 도시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무언가를 찾는다.

도시민들에게 농촌은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고, 자연으로의 회귀, 자연환경 및 고향에 대한 갈망이 서려있는 곳이다. 농촌지역은 생산을 하는 현장으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치유 및 교육 등 다면적 기능이라는 많은 잠재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도농상생을 위한 정책 및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농업인은 품질 좋은 우수농산물을 생산, 깨끗한 자연환경 및 전통문화 보존으로 도시민의 건강한 삶을 지켜주고, 도시민은 농업인들의 실질소득을 보장해줄 수 있는 방법으로 농업인이 안심하고 영농에 전념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 나가자는 것이다.

실제로, 농촌사랑운동, 1사1촌운동, 로컬푸드, 농촌체험, 농촌관광 등을 통해 농촌과 도시 간의 교류, 연계, 보완, 지원, 협력 등의 상호교환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상호교환관계가 표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어서 도시와 농촌의 상호의존관계를 좀 더 근원적으로 추구할 수 있고 그 뿌리가 될 수 있는 상위개념으로서 상생의 개념을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즉, 도농상생이란 도시와 농촌의 의존관계가 지극히 강해서 상대측이 없으면 성립될 수 없는 그러한 관련성을 높여가는 길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어느 쪽이 우위인 상태의 일방적인 의존관계에서의 상생은 어렵다는 점이다.
이렇게 했을 때 도시의 과밀과 농촌의 과소를 최대의 극복과제로 설정해온 현재까지의 행정시책에 새로운 과제 축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정책적 과제가 21세기의 새로운 행정과제로서 그 중요성을 더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농촌이 더 이상 도시의 기능 및 도시민의 역할에만 의존하지 않는 자립적인 여건을 만들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농촌의 붕괴위기에도 불구하고 농촌에 새로운 삶터를 꾸려 이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줄 그런 시책을 말이다.
그렇게 했을 때 농촌의 지역공간 유지, 나아가서는 국토의 보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구체적인 시책방향을 말한다면, 농촌지역에 도로 및 정보 네트워크 정비, 종합적인 어메니티 공간 창출, 농촌사람들이 모여 활력을 만들 수 있는 거점 정비, 문화시설 정비, 고령화에 대응한 농촌공간 및 복지시책의 강화, 농촌지역형 공영주택 정비, 농촌경관 보전, 도시 내의 농촌과의 교류 거점, 도농상생 교육 프로젝트 등등은 물론 경제기반의 확립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상생의 정의로부터 말하면 도농상생의 길은 멀고도 험한 길이다. 현재 농촌은 스스로의 공간 영역 속에서 도시와의 상생을 위한 다양한 실천들을 모색하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 도시는 도시 영역 내에서 농촌과의 공생을 목적의식으로 한 실천이 많지 않다.

이에 대한 정책과제가 새롭게 모색되어 강화되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