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산고 학생들이 선생님의 질문에 손을 들어 발표하려 하고 있다.

	▲ 교정 뒤뜰에서 교사와 학생이 묘목을 심고 있다.

혼란과 따가운 시선을 겪으며

이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교사들이 하나고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장은 “3월만 해도 선생님들간에 의문과 혼란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대부분이 혁신학교에 대한 이해가 높다. 열정도 많아졌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실제로 초기에는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 혁신학교와 대안학교를 동일시했다고 한다. 혁신학교의 모형에 대한 인식부터 혼란이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인문계고인가 특성화고인가를 두고 내부 논란도 있었다는 게 연구부장의 전언이다. 여기에 교사들간에 이해습득의 차이로 지지부진했던 점도 부인하지 않는다.

혁신학교에 대한 오해도 많았다. 일부에서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혁신학교 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에 시달렸다고 한다. 교무부장은 “이미 도교육청이 혁신학교를 추진하기 전부터 교사들 사이에서 교실혁신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자주 나눴다. 평소 우리들의 생각이었다. 아이들에게 맞는 교육을 하자는 뜻이다. 결코 학생모집에 혈안이 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입이라는 성과주의로부터 벗어나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하도록 교육안팎의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의지가 분출하고 있었다고 피력했다.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초기부터 함께 고민해온 학부모회장은 “이제 큰 방향과 가닥이 잡힌 것 같다. 이제 세부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에 맞는 모델이 자리잡는 게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학생들과 심장을 나누기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학습동기를 유도하기 위해 몇 가지를 시도했다. 우선 학생중심교육이다. 학생회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또 두발도 자율적으로 운영해보도록 했다. 여기에 교사(校舍) 뒤뜰의 텃밭을 함께 가꾸기도 했다. 모든 학생이 해바라기, 쑥부쟁이 등 파종과 묘목을 해본 것이다. 흙을 만지면서 교사의 교탁과 학생의 책상 간의 거리를 좁혀보겠다는 것이다. 지역의 단체와 힘을 모은 시도다. 지역과는 또 향토문화발전연구회와 연계해서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답사기회도 가졌다. 내달에는 원평천과 샛강 등에서 지역단체와 함께 수질탐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같은 노력에 따라 최근 학생들의 변화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교감은 “선생님들이 사랑을 주니까 학생들이 바뀌었다. 복도에 침을 뱉는 아이들이 없어졌다. 두발도 아이들 스스로 하도록 강제규정을 풀었더니 오히려 단정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교복과 슬리퍼 등도 자율적으로 맡겨볼 요량이다. 급하게 답을 얻으려 하지 않고 기다려주니 어느덧 아이들 스스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어디 고등학교 롤모델 없나요

이제 교사 대부분이 의기투합한 이 학교는 또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학생들에 대한 수업방법, 즉 교수학습방법의 개선이다. 하지만 그 길이 어떤 길인지 찾지 못하고 있다. 연구부장은 “지금까지 많은 연수를 받아봤지만 대부분이 초중학교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초등학교 방식을 고등학교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초등과 고등은 엄연히 다르다. 그에 맞는 교수학습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규만 기자 pkm@sjbnews.com

	▲ 김수용

불교재단이 운영하는 학교의 수장 김수용(60)교장의 믿음은 불교에 있다. 교사들은 한결같이 “스스로 지원자일 뿐이라고 한다”며 존경심을 표시했다. 교정에서 직접 쓰레기를 줍고 있는 교장을 만났다.

△ 교육자의 역할에 대해

교육은 학생의 꿈과 희망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특히 학생의 다양성을 존중, 사랑으로 대하며 그 꿈을 이루는 조력자여야 한다.

△ 혁신학교 추진에 난관이 있었을텐테

초기에 서로 다른 가치관, 기술, 방식 등으로 혼란이 있었다. 이런 상황을 민주적인 토론과 논의과정을 거치면서 여과시켜갔다. 교육, 특히 혁신학교의 성패는 교사들이 얼마나 인식을 ‘공유’하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본다. 곧장 괄목한 성장을 기대하기보다 느긋하게 기다리는 태도가 필요하다.

△ 교육계의 관료성에 대해

우리나라는 상명하달의 군대문화가 많이 남아있다. 인생도 교육도 직선이 아니다. 특히 교육은 자연처럼 곡선이다. 아이들은 다양하고 그들의 눈에서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래야 해결점도 찾아낼 수 있다.

△ 학생들과 대화방식은

예전에는 교사가 학생을 무릎꿇게 했다. 그리고 다그치며 훈시했다. 이제 마음을 열어놓고 소통해야 한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차를 마시거나, 벤치에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마음을 연다.

△ 고등학교라서 기대와 우려가 많다

학부모 중에서 학생들을 망칠 거라고 걱정하기도 한다. 입시 때문이다. 허나 학생중심으로 소통하다보면 아이들 개개인마다 고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을 발견하면 꿈도 미래도 열릴 수 있다. /박규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