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재배정 사태에 따른 혼란
극진한 사랑과 보살핌으로 극~복

지난 2월 행정착오로 인해 가장 큰 타격 받은 학교
1학년 112명 중 52명 전학 가
학생에 대한 집중력 커지고 더 많은 사랑도 쏟게 돼
극진한 사랑-보살핌으로 성적 향상되는 학생 부쩍

지난 2월 전주 시내 중학교 배정을 둘러싸고 가장 타격을 받은 학교가 전주 덕일중학교다. 당시교장은 물론 교사들은“왜 우리가 행정착오로 피해를 봐야 하느냐”며 울상이었다. 급기야 이 소식을 접한 학생 몇몇이 교육청으로 달려갔다. 학생들은 전학결정 시기와 학교와의 사전협의 여부,추첨기준과 결과 공개 등에 따져 물었다. 한 학기가 훌쩍 지났지만 덕일중에는 아직도 그 후유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행정착오로 남은 상처

당초 덕일중의 1학년 정원은 112명이었다. 28명씩 4개 반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결국 학생들이 입학 후 두 달 만에 대거 빠져나갔다. 지망 외 배정을 받은 학생 69명 중 52명이 전학을 간 것이다. 이 학생들은 주로 송천동에위치한 오송중학교를 비롯해 전주중학교와 솔빛중학교 등 5개 학교로 전학을 갔다.

이기종 교사는“사태라면 사태였다. 모두 우왕좌왕하며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했다. 교사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가 힘들어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입학 후 2개월의 유예기간을 뒀을 당시 덕일중교사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상당수 학생들이 남았다. 하지만 학부모의 의지까지 바꾸지는못했다. 지난 달 전주교육청에서 열린‘학교배정’에 관한 토론에서 드러났다. 학부모들은 전학을보낸 표면적 이유는‘거리가 멀어서’였지만, 실제로는 많은 학생들의‘가정형편이 열악하거나 보육원 자녀가 많아서’였다. 유복한 내 자녀가 가난한 자녀들과 섞이는 게 싫다는 판단이다.

많은 학생들이 전학을 간 뒤 몇 가지 풍경이 생겼다. 떠난 학생들과 남은 학생들은 서로 연락하며 방과후학교를 통해 만난다. 지난 개교기념일때는 전학을 간 학생들 중 절반 정도가 덕일중학교를 찾아와 따뜻한 우정을 나누고 갔다.

또 한 학부모는 친했던 친구들이 떠나 혼자 남았다며 간식거리를 주고 가기도 했다. 한 교사는“학부모 중 한 명이 그러더군요. 자녀의 친한 친구들이 떠나버려 우울하다고. 그러면서도 현실에굴하지 말고 열심히 해달라고 부탁하더라고요”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재배정 회오리의 명암

중학교 재배정의 회오리가 지난 뒤 학교운영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현재 1학년 학생 수는52명. 이 중 여학생이 35명, 남학생이 22명이다.한 반에 남학생이 5명에 불과하다. 한 학생은“전축구를 하고 싶은데 사람이 부족해서 할 수가 없어요. 1학년 전체가 해야 겨우 팀이 돼요.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싶은데 그러니 못하니까 속상해요”라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학생 수가 적어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도있다. 학생 수가 적어진 뒤 학생들이 교사로부터 집중적으로 관심을 받게 됐다.

이기종 교사는“학생 수가 적다 보니까 자연히 학생들에 대한 집중력이 커지게 되더군요. 더 많은 사랑도 쏟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세심하게 관찰하고 상담하게 됩니다. 성적도 부쩍 향상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평소에 말수가 적고 평범했던 자녀가 갑자기 성적이 향상되는 사례도 있다.한 학부모는“우리 애는 평소 내성적이었어요. 그런데 이 학교에 입학한 뒤로 선생님들을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표정도 너무밝아지고 표현력이 부쩍 좋아졌습니다. 공부도 지가 스스로 다 하더라고요. 게다가 성적이 갑자기 올라갔어요. 저는 선생님들에게너무 고맙게 생각해요”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교사들은 아이들에 대한 극진한 사랑과 보살핌에서 찾는다.실제로 교사들은 지난 3월 반 배정을 받은 뒤 각 가정을 방문했다. 맞벌이나 결손이 많다는 걸 확인하고 정성을 다한다. ‘손만 잡아줘도 좋아한다’는 학생들을 위해 수시로상담하고 성적향상을 위한 수업에 전력을 다한다. 특히 대부분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수업혁신을 위해 토론하고 서로 돕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덕일중에 몰아친 한 때의진통과 혼란, 그것은 이제 성숙을 위해 겪은 과정일 뿐이다. <끝>

공동기획 자문위원

△ 나영성 삼우초등학교 교장
△ 최병흔 전북체육중학교 교사
△ 도혜숙 도교육청 행정주무관
△ 윤성이 혁신학교학부모회장
△ 이근석 전북의제21 사무처장
△ 조미정 전북의제21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