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모든 사업에 붙이던 현상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더 나아가 지금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단어가 모든 사업에 너나 할 것 없이 붙어 모든 것이 지속가능한 것처럼 포장되는 일이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속가능한'이란 단어는 그 의미가 퇴색되어 오히려 내용을 흐리게 만들고 그 의미의 깊이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근석 (주)품 대표 (desk@jjan.kr)

최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지역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의제를 설정하고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업을 추진해온 '전북의제21'이 지방의제 전국협의회 전국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그곳에 몸을 담고 있었던 필자로서는 더욱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북의제21은 2002년부터 인간의 삶의 질에 꼭 필요한 사업들을 지역 사정에 맞게 진행하기 위한 방향의제를 선정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업을 해 오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사업들이 추진되고 또한 돋보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중에서도 만경강 살리기 사업과 숲 관련한 사업은 아예 독립적인 단체로 활동의 영역을 확대하기도 했다.

전북의제21은 농촌 문제와 관련, 10년전부터 마을만들기와 마을발전을 적용한 사회경제환경분야를 주요 의제로 채택했다. 이를 위해 2004년~2008년 전주동문거리, 남원매동마을, 익산구룡마을, 평화동지시제 가꾸기를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을 통해 의제 실천방안과 목표를 구상했다. 그리고 2007년~2010년 마을만들기의 확산과 저변화를 위하여 전국협의회의 지원으로 진안군과 함께 '제1회~3회 마을만들기 전국대회'의 산파역할과 이후 활성화 역할도 했다. 2008부터 2010년에는 전라북도 내 마을만들기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민간영역의 마을만들기 주체간의 교류와 협력을 추진하기도 했다.

사실 이번 '전북의제21'의 대통령상 수상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 그 동안 같이 일을 해 온 동료들과 농촌을 살리기 위해 함께 한 행정과 농촌마을 지도자의 노고가 고스란히 배인 결실이기 때문이다.

의제라는 기구는 민·관·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 지역발전의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는 등 도민 전반에 걸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단체다. 도민들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 살기좋은 지역을 만들고자 민·관·기업이 머리를 맞대면서 전문가와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논의하고 방향을 잡고 제시하고자 하는 곳이 '전북의제21'이다.

전북은 농촌을 기반으로 살아야 하는 곳이다. 자연스럽게 농촌의 다양한 사업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보부족으로, 지도력의 소극적 자세로, 마을자원을 찾지 못해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제가 마을간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사업을 위한 다양한 접근을 통해 마을이 스스로 문제를 돌파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사업에는 행정의 판단과 조례 등 제반 여건을 만드는 일이 필요했다. 다행인 것은 의제가 이미 행정과 기업, 전문가 인력풀이 준비되어 있어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의제의 이 사업은 서로 칭찬을 하고 용기를 불어 넣으면서 일을 하면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지금은 자치단체들이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좋은 사례로 꼽히는 것을 보면서 행정과 민간의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이것이 농촌사회의 새로운 기운으로 가는 밑거름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근석 (주)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