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우초 교사가 꿈을 그림으로 그리는 학생들을 도와주고 있다.

■ 좌충우돌 질문 쏟아지는 수업시간

1학년 수업시간. 칠판엔 ‘공부의 기초를 쌓아요-나는 발표왕’이라는 주제가 칠판에 적혀 있다. 선생님은 각자의 꿈을 뒤편 게시판에 붙여보자고 한다. 그리고 꿈을 묻는다. 초롱초롱한 18명의 어린이들은 손을 들고 각자의 생각을 발표한다. ‘카센터, 축구선수, 가수’ 등 솔직하고 자유분방하게 말한다. 선생님의 간단한 설명과 동시에 질문이 쏟아진다. ‘왜, 그게 뭐냐, 꼭 해야 하냐’는 등이다. 이어 대형 모니터의 그림을 통해 생각나는 것을 말해보라고 한다. ‘꿈, 축구, 꽃, 무지개, 벌, 태양, 바다, 계절’ 등 수없이 나온다. 하나의 이미지에 상상하기 어려운 답변들이 나온다. 이어 자신이 꿈과 생각을 그림에 그려본다. 좌충우돌하듯 워낙 묻는 게 많지만 선생님은 일일이 설명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수업시간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자유로운 생각을 스스럼없이 발표한다. 상상력을 유도한다. 눈높이로 맞게 소통한다. 권위가 없다. 일부 부진아도 동화된다.



■ 수업혁신으로 교육공동체 실현

이 학교는 20개 혁신학교중 유일하게 인증형에 속한다. 곧 기존에 교육활동이 우수해 해당 학교가 희망할 경우 교육감이 지정하는 경우다. 다른 혁신학교의 모델이 되는 셈이다.

삼우초등학교는 학년별 한 학급에 학생수 113명의 작은 학교다. 학생 중에는 기초생활수급자 10명, 한부모?조손가정 18명, 다문화가정 3명, 세자녀가정 7명이다. 이른바 교육소외계층이 38명이다. 이 학교는 2004년부터 혁신학교로 성장해왔다. 그동안 학교문화의 혁신을 통해 학생중심의 문화가 정착되고 교원연수, 학부모 참여, 지역사회 협력 등에서 일정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는 특히 혁신학교 운영모형을 개발하고 혁신학교 일반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 학교는 특히 수업혁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나영성 교장은 “한 학교가 모든 걸 잘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학교마다 특성이 있어야 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는 수업을 통해 행복한 학교를 실현하고 있다.”며 모든 분야를 잘 하기를 기대하는 관점을 우려했다. 교육의 본질적 보편성을 가지되 학교별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 토론과 축제로 지역과 소통

마을이 살아야 학교가 살고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살듯 삼우초는 지역사회와 소통을 위해 7년 동안 노력해왔다. ‘삼우교육이야기마당’은 그 출발이다. 폐교위기 당시 학교가 앞장서 면사무소에서 회의를 개최했다. 초등교육에 관심있는 지역 주민들이 모두 모였다. 토론속에 학교방향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이후 지금까지 매년 ‘토론의 장’의 마련했으며 이제 학부모가 주도해 현안을 논의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매년 축제로 소통하기도 한다. ‘단오맞이 한마당’은 주민-학생-교직원이 하나가 되는 축제마당이다. 특히 지역의 ‘쌀 작목반’과 연계, 주민들이 가마솥에 장작불을 때고 국수를 끓이며, 우마차를 끄는 등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송수갑 교감은 “마을축제에 참여하는 지역주민만 해도 500~600명이나 된다. 지역의 성격에 맞는 축제가 지역사회와 학교를 묶어주는 가교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 교무실은 아직도 어려움 많아

이 학교는 학교운영의 애로사항으로 몇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인사행정이다. 경기도의 경우 5년만기에 5년초빙, 그리로 2년 유예를 통해 12년을 한 학교에 있을 수 있다. 도내의 경우 5년 순환근무제에 따라 교사가 수시로 바뀌어 교육의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5년 근무하다 다른 학교로 전근한 뒤, 1년 뒤 다시 이 학교로 오는 교사도 있다. 교사초빙 대상으로 당해학교 근무자를 초빙할 수 없는 조항 때문이다.

둘째는 교사의 과다한 잔무다. 송교감은 “교사가 교육에 푹 빠지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자투리 시간의 대부분을 교육학습과 무관하게 교육청 공문, 지시사항, 행사 등을 처리해야 하는 데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전입학 상담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최근 이 학교로 전입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학부모가 쇄도, 학생수를 늘릴 수 없는 사정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뺀다. 하지만 규모를 늘릴 수 없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넷째 지역 중고등학교와의 연계다. 이 학교를 졸업한 뒤 인근의 고산중으로 입학한다. 하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교육방식이 달라 이에 대한 방안 마련에 애를 먹는다. 학교관계자는 지필고사 등이 많은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 타지역 학생 지역에 도움되나

지역주민은 혁신학교에 대한 호평을 하면서도 우려를 표시한다. 폐교위기에 처했을 당시 지역이 황량해진다는 걸 우려해 존속에 일조한 여태권 학교운영위원장은 “젊은 층이 많고 외부에서 학교를 찾는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면서도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전주 등 외부에서 오는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한 뒤 지역에 있는 상급학교로 진학하지 않고 다시 시내로 나간다는 것이다. 결국 초등학교는 증가하지만 중학교는 줄어드는 기현상을 보인다.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오히려 학교가 지역에서 소외될 수 있어서 숙제로 남아 있다고 토로했다.



[인터뷰] 나영성 교장 "학생-학부모-교사 모두 행복한 학교 됐으면"

	▲ 나영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