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주 봉서중 학생들이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려 손을 들고 있다

4명씩 9개 모둠으로 이루어진 1학년 교실의 진로과목 시간. 학생들이 자신의 특기와 장점으로 다양한 직업을 알아보고 각자의 비전과 꿈을 나누고 있다. 선생님의 질문에 학생들은 서로 손을 들어 자신의 주장을 발표한다. 이에 선생님은 간단명료한 설명을 곁들인다.

선생님이 “오늘 날씨 어때요?”라고 묻자 동시에 “좋아요”라고 답한다. “그럼 어떻게 좋은지 수식어로 문장을 만들어보자. 1분동안 친구들과 상의해서 모둠별로 발표해봅시다”

말씀이 끝나자마자 학생들은 서로 의논한다. 금세 교실은 웃음이 넘치며 시끌벅적해진다. 모둠별로 자유롭게 발표하며 서로 의견도 나눈다.

이어 낱말맞추기 퍼즐시간. 선생님은 대형 모니터에 준비된 문제를 내놓는다. 직업에 관련된 낱말을 맞추는 문제다. 직업을 생각하며 학생과 선생님은 끊임없이 소통한다. 반인원이 36명이다 보니 교사가 학생들과 일일이 호흡하기에는 다소 힘이 달리는 모습이다.


양호한 주변환경에 민주적 학교운영

지난 해 문을 연 이 학교는 1학년 5학급 176명, 2학년 4학급 137명 등이다. 주변에 현대자동차, KCC, LS전선 등 기업과 연구소, 친환경 산업 등 산업단지가 포진해 인적, 물적 자원이 풍부하다. 학부모의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중산층이 많다. 학교 주변은 지금도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시설이 좋고, 학력과 인성도 대체로 좋은 편이다.

이같은 환경에 따라 교사들이 선호하는 학교이기도 하다. 특히 학교운영 면에서 양호하다는 평이다. 우선 교장이나 교감의 일방적인 명령과 지시보다 민주적 운영이 돋보인다. 따라서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물론 학부모 역시 자발적이고 적극적이다.

또한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학부모의 네트워킹이 잘 돼 있어 생활지도나 상호정보공유, 관찰 등이 유리하다.

학교문화도 고무적이다. 최선호 혁신담당은 “건전한 친구관계와 자아존중감을 위해 매달 칭찬릴레이 잔치를 벌인다. 일부 부진아에게 원예심리치료, 미술치료 등으로 지원시스템을 마련했다. 10여개의 동아리활동으로 학력과 인성, 특기적성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반면 다양한 문화체험을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일시적일 뿐 지속적이지 못한 건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 진로과목에서 한 학생이 그린 특기와 적성

/박규만 기자 pkm@sjbnews.com

	▲ 윤성이 학부모회 대표

자녀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안학교로 보내려고 마음억었다가 이 학교로 보낸 윤성이(41) 학부모회 대표는 이 학교의 운영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학부모들이 교장실을 휴게공간으로 여길 정도로 원활한 소통에 기여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왜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내려 했나.

학생들이 경쟁하고 시기하는 풍토가 싫었다. 최소한 중학교까지는 바른 인성을 길러주고 꿈을 키워주며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길을 열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이 학교는 성적에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길을 열어주는 교육이 맘에 든다.

△학교-학부모간 소통이 어떤가.

학교에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운영상에 문제가 발생하면 항상 학교운영위원회와 조율하고 소통한다. 머리를 맞대면 대부분의 현안은 해결된다. 교장실의 문턱이 낮다는 게 바람직한 현상이다.

△수평적 교육으로 알려졌다.

아이들 개개인을 깊이 들여다보는 정성이 좋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의 인성이나 학력도 나아지는 것 같다. 외부에서 부진아도 온 경우가 있었다. 왕따가 될까 걱정이 컸다. 아이들과 텃밭을 가꾸기고 직접 국화잎을 따주는 걸 목격했다. 원예치료방법을 통해 그 아이는 지극히 정상화되고 있다. 교사가 앞서서 감싸고 도움을 주니 학생들도 배우는 것 같다.

△학교주변에 사설학원이 많다.

상당수 학부모들이 학원을 보내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학원을 간다고 해서 성적이 급상승하는 경우는 드물다. 공교육에서 소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학교에 공부방을 운영하자고 제안했다는데.

학생의 70~80%가 학원에 다닌다. 하지만 학원을 갈 때 성적이 60점이었지만 1년 후에도 60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원의 효과가 적다는 의미다. 학생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자기 스스로 학습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학원이나 교육을 경험한 학부모가 많다. 학부모가 직접 가르칠 수 있다. 학력수준이 낮은 학생들이 공교육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기 위해서다. /박규만 기자


/새전북신문-전북의제 21 추진협의회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