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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들이 수평저울을 만들어 서로 비교해보고 있다.

소꿉장난하듯 아기자기한 교실

4학년 6명의 학생들이 수평저울을 만들기에 열중이다. 30㎝ 자를 중심으로 양쪽에 실과 받침대를 이용, 무게에 맞춰 좌우를 조정하느라 애를 쓴다. 수평저울을 완성한 학생은 손을 들어 “선생님, 다 끝났어요”라고 외친다. 그러자 무게중심을 잡지 못한 학생은 “선생님, 10분만 더 주세요”라며 추가시간을 요청한다. 선생님을 비롯해 이미 마친 학생은 아직 끝내지 못한 학생들의 자리로 이동한다. 그리고는 실 묶음 상태와 저울에 올려놓을 물체로 수평상태를 조절한다. 이내 끝낸 학생은 “수평저울이 빙빙 돌아가요. 자석같네요” 선생님은 이에 대한 원리를 설명하며 느낀 점을 실험관찰에 기록하자고 주문한다.

3학년 교실에서는 5명의 학생이 미술시간을 즐긴다. 학습문제는 수채화의 도구사용방법과 표현기법이다. 선생님이 방법으로 ‘뿌리기 기법’과 ‘흘리기 기법’을 제시한다. 그러자 학생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빨대는 빨아먹는 건데, 어떻게 빨대로 물감을 뿌려요?" “흘리는 건 눈물 흘리는 것처럼 조금씩이에요 시냇물 흐르는 것처럼 많이 하는 거에요?” 등 질문들을 쏟아낸다. 선생님은 질문 하나하나에 또박또박 알기쉽게 설명한다.

학생수가 적어서인지 수업시간은 마치 소꿉장난하는 듯한 분위기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따로 없다. 교사-학생간 심리적 거리감이 전혀 없다. 학생들이 앞장서고 교사는 옆에서, 뒤에서 안내만 해준다. 또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부족한 학생이 있는 경우에는 거리낌없이 도와준다.


학부모의 위기학교 구하기 앞장

풍산초는 학부모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해 경제적 빈곤이 심한 지역에 위치해 있다. 자율학교, 연중돌봄학교, 학교군지원사업 등도 지정된 이 학교는 지역의 교육?문화시설이 열악해 배움과 체험의 기회가 부족하다. 기초수급자, 다문화가정, 한부모 및 조손거장 증가로 교육불균형이 심하기도 하다. 전교생 40명중 기초생활수급자 2명, 한부모?조선가정 5명, 다문화가정 6명이다. 또 이농현상에 따른 학생수 감소로 정상적인 교육활동도 어렵다. 최근 학생수가 줄어들다 보니 학교 문을 닫아야 한다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교사는 물론 학부모도 예외는 아니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학부모들이 ‘위기학교 구하기’에 발벗고 나섰다.

남궁단(46) 학부모회장은 “학생수가 계속 줄어들어 이 상태로 두면 자연히 폐교될 것 같더라고요. 그런 위기감에서 학부모들이 모여 작은 학교를 살리는 방법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학교의 교육과정 개편과 새로운 프로그램 구성에 참여했습니다. 혁신학교 역시 재정적인 지원을 받아 내실있는 교육을 해보자고 교장과 함께 준비했죠”

	▲ 빨대로 물감을 뿌려 수채화를 그리는 학생들.

위기의식에 따른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좀더 적극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지난 해부터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책읽어주는 엄마’ 시간에 학부모들이 책으로 사랑과 지혜를 전해주고 있다. 여름 독서캠프도 학부모들이 주도, 직접 퀴즈도 내고 심사하기도 한다. 또 직접 친환경 쌀로 만든 떡과 우리밀 빵을 간식으로 보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학부모 중에 직접 감잎차를 우려내 교사와 학생들이 오전에 두 잔씩 마시도록 하고 있다.

이 학교가 올해 중점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섬진강 프로젝트다. 주변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리자는 취지에서다. 섬진강을 끼고 있어 농촌생활만이 아니라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자는 구상이다. 이달부터 섬진강의 생태문화체험학습을 실시한다. 섬진강 기차마을, 구담마을과 장구목 하이킹, 쑥범벅 만들기, 향가 뱃놀이, 섬진강 래프팅, 옥정호에서 자연탐험,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 탐방, 하동포구 방문 등으로 섬진강을 돌아볼 계획이다.

	▲ 학생들 작품.

혁신학교 운영의 현실적 한계

이 학교는 혁신학교로서 어려움이 많다. 특히 한 학년당 평균 학생수는 7명. 교사가 학생들을 관찰하고 돌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너무 적은 게 탈이다. 권오승 교장은 “학급당 학생수가 10명은 돼야 합니다. 너무 적다 보니 학생들간에 교호작용이 부족합니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아울러 신규 발령 교사가 많다는 점이다. 교사 대부분이 첫 발령지로 오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혁신학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권교장은 “혁신학교라는 표현에 물음표를 던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쓰지 않으려 합니다. 다른 학교의 경우 미리 준비했지만 우리 젊은 교사들에게는 낯선 용어입니다. 그래서 교육의 본질이 곧 혁신이라며 수업을 잘 하자고 주문합니다.”

신규 발령 교사가 많다보니 교사간 소통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수업외 업무가 많아 업무시간 내에 혁신학교 운영에 대한 논의가 어렵다. 김양수 혁신담당 교사는 “혁신학교는 교사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젊은 교사가 많아 그런 논의를 일과시간에 해주기를 바랍니다. 한 가지 안건을 가지고도 1~2시간이 넘으니 사실 부담입니다. 교사들의 예능 동아리를 통해 어려움을 해소하려고 하지만 아직은 역부족입니다. 매달 2회정도 논의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황소걸음으로 가려고 합니다.”고 말했다.

혁신학교로 지정된 뒤 최근 학교로 전학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학교주변의 일부 집에서는 집을 짓느라 분주하다. 이 학교로 학생을 보내기 위해 외부에 거주하는 가족이 이사하기 위해서다.

/글·사진 박규만 기자 pkm@sjbnews.com

	▲ 김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