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읍 칠보중 학생들과 선생님이 수학문제를 함께 풀고 있다.

변화의 바람이 불다 = 2학년 수학시간. 선생님은 칠판에 ‘전개공식’을 쓰며 설명한다. 학생들은 아는 듯 모르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막상 예문을 풀어보라 하니 풀이과정이 생각나지 않는다. 저마다 손을 들어 설명을 부탁한다. 선생님은 일일이 학생들에게 1:1로 설명하며 기어이 문제풀이에 성공한다. 일정 수준이 된 아이들은 난해한 문제도 쉽게 풀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반복풀이를 통해 난제를 ‘정복’한다.

오후 방과후학습 ‘전통문화체험’시간.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선택한 학생이 다 모였다. 오늘은 ‘다도(茶道)’ 체험이다. 다구, 다식 등을 준비해온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서자 학생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아무래도 골치 아픈 정규과목 공부보다 훨씬 즐겁다는 기대감도 부푼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적극적이다. 다구세트와 받침대 등을 자발적으로 각자 나눈다. 오늘은 무슨 떡을 가져왔을까. 차를 마시기 전에 항상 맛보는 떡의 종류가 궁금하다. 서로 떡을 나눠먹은 뒤 ‘차향’에 대해 묻자 느끼는 맛이 제각각이다. ‘달콤하다’, ‘쌉쌀하다’, ‘죽인다’ 등 다양하다. 중국식과 우리나라식 다도가 다른 이유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묻고 답한다.

아직 ‘일방적 교육’의 관행이 남아있지만 교사들의 눈높이와 정성이 스며들고 있다는 걸 감지할 수 있다. 학생들의 반응에서도 변화를 느껴진다. 이선엽(1학년)군은 “형들이 그러는데 요즘 수업이 재밌어졌다고 해요. 이제 선생님이 무섭지 않데요. 저도 공부가 재밌어지려고 해요. 모르는 문제를 차근차근 잘 가르쳐주세요”


학부모의 열의과 교사의 땀 = 이 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된 데는 교사의 역할도 있지만, 학부모의 의지가 크다. 특히 인근 ‘수곡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이 중학교로 진학시키며 적극적으로 학교혁신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제 아이가 학교를 다니기 싫어하다 수곡초를 다니면서 너무 자발적이고 명랑해졌어요. 성적도 올라가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을 멀리 보낼 필요 없잖아요. 이 학교가 그런 교육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쳤으면 합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 칠보중 학생들이 방과후학습 시간에 다도를 배우며 차맛을 즐기고 있다.

교사들 역시 혁신학교를 위해 안팎으로 노력하고 있다. 외부연수를 통해 ‘수업혁신’의 방향을 잡는가 하면,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 등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내부토론을 통해서도 새 틀을 짜는 중이다. 교사들은 최근 토론을 통해 몇 가지 합의점을 마련했다. 수업개선을 위한 공개수업 실시, 주제학습을 위한 블록타임제 운영, 그리고 교무실을 ‘수업연구실’로 행정실을 ‘수업지원실’로 바꾸기로 했다. 형식이 곧 내용을 바꿀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구성원간의 진통과 새로운 지평 = 이 학교는 혁신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교사들간에 간극이 남아있다. 그 간극으로 실행 과정에 불협화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혁신학교에 대한 관점차이뿐만 아니라 기존부터 온존돼온 ‘매끄럽지 못한 관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사안에 대한 교장-교사간 입장차가 학부모회와 운영위원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교사는 “어느 조직이나 갈등이 있기 마련이지만 혁신학교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교육방법에 대한 견해차가 드러나는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도 “하지만 학생들을 잘 가르치자는 공통분모가 있어 요즘에는 협의과정이 순조로워지고 있다”며 희망을 나타냈다.

교사들은 학생의 잘못을 비난하지 않기, 학생의 말 경청하기, 교사가 작은 목소리 내기, 학부모역할 존중하기 등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여기에 학생의 요구를 반영한 동아리활동을 편성하고, 혁신학교 학부모협의회 연대로 학교참여 열기고 높아지고 있다. 교무실 역시 혁신분위기가 한층 올라가고 있다. 아울러 학생과 교사 모두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으로 개선하고 학생자치활동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면내 혁신학교협의회를 구성해 방향을 잡아갈 계획이다.

/박규만 기자 pkm@sjbnews.com

	▲ 서인옥 교장

서인옥 교장 "학력과 인성, 동반성장해야 학교 행복해"

서인옥(61) 교장은 지난 3월 부임했다. 혁신학교로 지정된 뒤라 학교운영은 물론 지역과 주민의 특성을 파악하느라 바쁘다.

△ 정년이 얼마 안 남았다.

학생은 미래다. 특히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적인 학교를 만들고 싶다.

△ 혁신학교 방향에 대해

혁신학교는 학력신장과 인성신장이 동반으로 성장하는 행복한 학교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본다. 학력을 우선시하면 인간성상실과 무한경쟁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인성만 강조하면 기초교육이 부족해질 수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본다.

△ 교장의 권위를 없애는 방안이라면

리더는 다중의 의사를 묻고 가장 교육적인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 지금도 교사의 의사를 존중한다. 하지만 충분한 토의 뒤에도 의견조율이 안되면 교장이 결정해야 한다.

△ 혁신학교 잘되고 있다고 보는가.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이 있다. 교사들이 먼저 인화단결해야 학생 앞에 설 수 있다. 잡음이나 의견 불일치가 발생하면 혁신학교의 결실을 거두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교사와 구성원간에 의견의 일치가 선행돼야 한다.

△ 어떻게 실행하고 있나

동기유발이 중요하다. 지난 달부터 주1회 직원연수의 날로 정해서 혁신학교의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현재는 돌봄학교, 방과후수업, 동아리활동 등으로 반영하고 있다.

△ 학부모 참여방안은

-학부모가 지나치게 참여하는 건 간섭이 될 수 있다. 혁신학교 학부모 모임 등을 통해 힘을 실어주고자 한다. 급식도우미, 사서도우미, 축제 때 독서캠프 도우미, 교통도우미 등을 시행했으면 한다.

/박규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