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토로 모형을 만들며 상의하는 교사와 학생들

서울에는 빌딩숲이 울창한 강남이 있지만 굶주림에 시달리는 난곡동도 있다. 자본주의 양극화 현상의 단면이다. 차이는 적지만 도내에도 그러한 현상은 곳곳에 나타났다. 도-농만이 아니라 도시에도 그런 지역들이 있다. 중산층 비율이 높다는 서신동에도 빈부격차가 있다. 서신초등학교 주변에는 비교적 많은 빈곤층이 분포한다. 최근 거주지 이동하는 세대의 증가로 학생수가 날로 감소하고 있다. 5~6학년은 3~4학급이지만, 1~2학년은 2학급에 불과하다.

신도시 속의 구도심이어서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높고, 돌봄교실 운영이 필요하다. 빈부격차가 교육격차로 나타나 영어과목의 경우 확연한 성적차를 보인다. 학생들의 경우 한부모?조손?차상위 가정이 5명 중 1명 꼴이다. 학생들 역시 욕설과 폭력이 노출돼 있고 학력 역시 낮다. 국가수준성취도평가에서 ‘미도달’에 해당하는 학생 수가 평균치의 두 배다. 공교육의 역할이 절실한 이유 중 하나다.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창의력 발휘

4학년 체육시간. 운동장에 20여명의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줄넘기를 하며 운동장을 오간다. 줄넘기를 마친 뒤 선생님은 각자 원하는 종목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한다. 학생들은 왁자지껄하며 원하는 종목들을 주장한다. 그러자 학생들은 가장 선호도가 높은 몇 종목 중 하나를 선택하자고 한다. 피구, 축구, 발야구가 최종 확정된다. 종목별로 나눈 학생들은 팀을 짜기로 한다. 그 방법을 서로 나눈 뒤 팀별 대표 한 사람이 ‘가위바위보’를 통해 이긴 사람이 선수를 고르기로 결정한다. 이른바 ‘복불복’ 방식이다. 인기리에 방영되는 프로그램이 초등학교까지 영향을 미치는 광경이다.

6학년 미술시간. 주제는 ‘동세와 표정을 찾아서’다.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해서 동세(움직이는 자세)와 표정을 살려 표현하는 시간이다. 점토를 통해서 모형을 만들어보는 일이다. 각 책상에 신문지를 깔고 재료들을 놓는다. 철사, 노끈, 점토를 이용해 원하는 모형을 만든다. 먼저 철사둘레를 노끈으로 감은 뒤 찰흙을 이용해 모형을 만든다. 학생들은 긴장감도 없이 자유롭게 발랄하게 창의력을 발휘한다. 요것 저것 만들어본다. 노은주 학생은 타조를 만들려다 낙타로 바꿨다. 장한준 학생은 고양이를 만들려다 ‘앞다리가 조금 큰 공룡’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만든 작품은 칼, 버섯, 소, 뱀 등 다양하다. 작품을 완성한 뒤에는 각자 작품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 학생들이 줄넘기 달리기 시합을 하고 있다.

지역 문화공간과 문화 교류

혁신학교 중 ‘공모형’으로 선정된 이 학교는 몇 가지 학교 운영방침을 세웠다. 첫째 자기주도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어린이를 기르는 일이다. 이를 위해 자기주도적 학습과 계발활동 시간을 강화한다. 둘째 문제해결능력과 창의력 있는 어린이 양성이다. 도서관 프로그램과 독서캠프, 토요독서교실 등으로 실현하고자 한다. 셋째 문화의 가치를 이해하고 즐기는 어린이를 기르기로 했다. 문화공연, 문화탐구, 지역축제 체험, 도농교류학습 등을 추진한다. 넷째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한다. 전문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돌봄교실을 운영하며, 어린이회를 통해 이를 실행한다는 구상이다.

서신초는 문화분야에 지역주민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 학교앞 문화공간(싹)과 협의, 학생들에게 벽화그리기, 춤, 연극 등을 가르치며 방과후에 학생들을 돌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전주시와 함께 한지공예, 국악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도 한다. 앞으로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방안으로 바자회, 종합예술제, 체육행사 등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동아리 활동을 통해 소통과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교원과 학생동아리 활동을 비롯해, 한지사 침선공예, 동화책읽기모임 등 학부모동아리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동화책읽기 활성화는 향후 학생들에게 동화책읽어주기, 독서캠프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진통속 변화…수업혁신 전문컨설팅 절실

혁신학교로 선정된 서신초는 초기 어려움이 있었다. 교사들의 견해차에서 비롯됐다. 이상석 교장은 “혁신학교에 대한 교사들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른 학교로 떠나기도 했다. 새로 온 교사는 혁신학교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이다.”며 안타까운 진통을 말했다.

홍인재 혁신담담교사는 초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홍교사는 “3~4개월 전만 해도 혁신학교 업무에 대해서 문의가 오면 혁신팀에 가서 얘기해라고 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학교는 교육과정평가 등에 교사들의 서로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갔다. 민주적인 논의과정을 거친 셈이다. 3개월째 계속해오는 동안 오해와 불신이 사라졌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학교내 시스템은 어느 정도 자리잡았으나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홍교사는 “그동안 교육청이 주최하는 특강을 비롯해 여기저기서 컨설팅을 받았다. 그렇지만 각양각색이다. 현재는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특히 아이들 위주로 수업하기 위해 ‘아이들 눈으로 수업보기’나 ‘배움의 공동체’ 등에 관한 수업방법 컨설팅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수업컨설팅을 전문적으로 하는 인력풀이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박규만 기자 pkm@sjbnews.com

	▲ 이상석 교장

지난해 9월 교장공모제에 의해 서신초로 부임한 이상석(57) 교장의 전임지는 진안 장승초다. 당시 학교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폐교위기에서 일어서는 발판을 마련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 장승초에서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했는데

인구가 빠져나가 폐교 직전이었다. 아토피 시범학교, 전주시내 홍보활동 등 온갖 방안을 강구했다. 당시 뜻을 이루지 못했으나 몇몇 뜻있는 선생님들이 뒤를 이어줬다.

△ 두 학교를 비교한다면

농촌과 도시만 다를 뿐 인구가 빠져나가는 현상이나 노후화된 시설면에서는 대동소이하다. 또다른 결실을 맺어야 한다.

△ 교장실 위치가 입구에 있다

교장은 이제 권위보다 섬김을 중시해야 한다. 낮은 자세로 모두에게 문호를 개방한다는 의지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간판명도 교장실이 아니라 ‘교육지원실’로 바꾸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 개인적으로 교육방침은

미래사회는 성적보다 뚜렷한 개성이 중요하다. 다양한 개성의 아이들이 지?덕?체?기(技)를 겸비한 창의적 인간으로 성장했으면 한다. 특히 민주적인 시민정신을 기르고, 개인주의보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데 가치를 두고 있다.

/박규만 기자